잘 키운 잎 한 장, ‘삼성전자 10주’ 안 부럽다…재테크도 하고 힐링도 하는 희귀식물
▷ 무늬 관엽종 등 희귀식물 인기
▷ 고가에 분양돼 ‘식테크’ 열풍도
▷ “식물이 주는 안정감에 만족”
식목일을 앞둔 지난 3일 서울 용산구의 한 쇼핑센터에서 ‘희귀식물마켓’ 행사가 열렸다. 5시간 동안만 열린 깜짝 행사였지만 500명 넘게 다녀갔다. 평소 쉽게 접하지 못하는 희귀 관엽식물 등을 진열해둔 터라 방문객의 질문도 끊이지 않았다.
‘100만원 잎’으로 알려진 몬스테라 알보가 350만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이 행사를 기획한 주식회사 누보 윤욱진 팀장은 4일 “기존에는 공기정화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았는데 코로나19 유행이 심했던 지난해 초부터 희귀식물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최근 희귀종의 잎을 분양해 고수익을 얻는 ‘식테크’(식물+재테크)가 새로운 재테크 방식으로 떠오르면서 희귀식물을 찾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개인 소득이 증가한 것도 식물 관련 시장이 커진 원인으로 분석된다.
희귀식물은 엽록소가 부족해 녹색 대신 흰색이나 노란색, 분홍색 등 다양한 색의 잎을 띈 무늬 관엽식물 등을 말한다. 잎의 크기와 줄기 굵기, 성숙도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10주(주당 6만 9300원, 4일 종가)보다 더 비싸게 거래되는 알짜배기 수익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 등 거래 플랫폼에서는 볼펜 하나의 크기인 작은 잎을 20만~45만원 선에서 거래한다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식테크에 뛰어든 사람은 개별적으로 희귀식물을 키우고 잎을 한 장씩 잘라 뿌리를 새로 내리게 하는 식으로 개체 수를 늘리는 ‘분양’도 한다.
집에서 희귀식물 50여종을 키우는 30대 중반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에 희귀식물인 필로덴드론종과 안스리움종 잎을 각각 10만원과 17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
김씨는 “식테크에 관심갖는 분이 많은데 사실 관리 시간과 비용에 비하면 수익률이 그렇게 크다고 볼 수 없고 식물을 계속 관리해주며 예쁘게 잘 키우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식테크 열풍에만 집중해 식물에 들여야 하는 시간과 정성, 노력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조언이다.
코로나19로 실내 활동이 늘어나면서 식물을 키우는 게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도 희귀식물을 키우는 이유다. 식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안정감을 얻는 ‘풀멍’을 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여행도 제대로 가지 못했고 이사한 집을 꾸미고 싶다는 계기로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다”면서 “키우면서 심적 안정도 되고 인테리어 측면에서도 만족스럽다”고 했다.
경기도에 사는 30대 김혜선씨도 “집 안에서 희귀식물을 키우면서 ‘식집사’(식물+집사)로서 내 주변과 내면을 가꿀 수 있고 심리적인 안정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이 코로나19 환경과 더 맞물렸다”고 말했다.
특히 자녀와 함께 키우는 ‘재미’가 있다는 것도 희귀식물에 눈을 돌리는 이유 중 하나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이모(40)씨는 “반려동물을 키울 지 고민했지만 매일 산책할 자신이 없어 반려식물을 키우기로 했다”면서 “아이들이 학교 갔다 오면 가장 먼저 식물부터 챙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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